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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궁극원자 아누 [아누] 에메랄드 타블렛 ◀ 1. 연금술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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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주나무 댓글 0건 조회 6,489회 작성일 16-06-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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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834, Vote: 9, Date: 2002/12/02 16:56:00 , IP: 210.123.120.114
글 제 목 [아누] 에메랄드 타블렛
작 성 자 문성호



1. 연금술의 죽음





에메랄드 타블렛 


18세기 모리셔스에서 장미십자단에 입문했던 박스트롬 박사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기원전 수세기 전에 살았던 고대의 어느 한 저자가 이집트의 한 궁정에서 에메랄드 타블렛이라는 신비스러운 서판을 보았다고 한다. 서판은 이름 그대로 에메랄드로 되어 있었는데, 판 위의 글자는 조각된 것이 아니라 양각으로 돋을새김되어 있었으며, 당시에도 이미 제작된 지 2천년 이상이 경과한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박스트롬 박사는 기록에서 에메랄드가 한 때 용융된 유리처럼 녹아 있는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만약 그렇다면 액체 에메랄드를 틀에 부어 주조한 후 자연산의 고체 에메랄드와 같은 경도를 갖게끔 처리했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현재의 기술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신비학에서는 이 에메랄드 타블렛이 고대 이집트의 현자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의 작품이라고 한다.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는 서양 신비주의와 연금술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 이름은 ‘세 번 위대한 헤르메스’라는 뜻으로, 곧 매우 위대한 헤르메스, 또는 지상 지하 천국, 3계의 지배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는 에메랄드 타블렛뿐만 아니라 무려 3만6천 권이나 되는 <헤르메스 대전>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 많은 책을 그가 다 직접 저술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헤르메스 대전>은 이슬람교도들이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을 파괴하였을 때 다른 몇 십만 권의 책들과 함께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한다. 

헤르메스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제우스와 아틀라스의 아름다운 첫딸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메스는 과학의 신이자 예술의 신이고, 장사꾼의 신이며 또한 나그네의 신이기도 하다. 날개 달린 모자와 샌들, 그리고 한쪽 손에 든 따오기 날개가 달린 캐듀서스라는 지팡이 때문에 그를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헤르메스는 그 빠른 기동력으로 제우스의 전령 노릇을 하였으며, 하데스가 지배하는 지하세계를 비롯하여 가지 못하는 곳이 없었다. 헤르메스는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고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영혼의 안내자였으며, 비법의 전수자이자 도서관의 신이기도 하였다. 

로마 신화에서 머큐리라고 불리게 되는 헤르메스는 본디 이집트 지혜의 신 토트(Thoth)에 해당한다. 이집트의 여러 문서들과 벽화에서 토트는 따오기 머리를 한 신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때로는 원숭이 모습을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토트 역시 헤르메스처럼 과학의 신이자 문자의 신이고 서기관의 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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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헤르메스(머큐리)와 이집트 신 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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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원숭이 모양을 한 그리스의 헤르메스



이집트와 그리스 신화, 그리고 로마 신화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류의 현 문명은 지혜의 전수자이자 문명의 전달자인 토트-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로부터 비롯되었다. 서양 문명의 두 축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이집트에 그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헬레니즘 시대는 알렉산더 대왕의 영토 정복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스인들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등지의 문물을 받아들여 근대과학과 철학의 선구격인 자연철학을 조직하였고, 이 때문에 우리는 서구 과학의 역사를 거론할 때 대개는 그리스 자연철학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헬레니즘은 유럽의 로마제국으로 계승되었다. “빛은 오리엔트로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풍요로운 로마제국의 문화적 원천은 이집트, 시리아 및 소아시아 지방을 비롯한 지중해 동쪽 연안에 있었으며, 서유럽은 주로 원료와 농업물의 생산지 역할을 하였다. (또 페르시아인들이 게르만족보다 군사적으로 훨씬 강력하였으므로, 로마는 그들의 정예부대를 동쪽으로 배치시키고 수도 또한 동쪽의 콘스탄티노플로 옮겼다.) 결국 395년에 로마제국이 둘로 갈라진 후에도 동로마제국(비잔틴)은 약 천년동안 명맥을 더 유지한 반면, 서로마제국은 백년도 안 가 훈족에게 쫓겨온 게르만족에게 멸망당하고 만다. 동고트와 프랑크, 서고트, 부르군트, 롬바르도 같은 작은 게르만 왕국들로 분열된 서유럽은 상업과 공업이 크게 위축되었고,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무식한 군사귀족들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교육과 문화가 침체된 서유럽은 4~5백년간을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였다. 

서유럽이 문화적 암흑기를 거치고 있는 동안에, 로마제국의 쇠퇴에 편승하여 페르시아와 시리아, 이집트와 북아프리카를 단기간에 점령한 아랍(이슬람)은 그리스와 이집트의 과학과 지식을 훨씬 잘 흡수, 보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약 800년간을 아랍의 지배하에 있던 에스파니아 같은 지역은 문화적으로 오히려 큰 혜택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11세기와 12세기에 기독교도들의 성지순례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감행되었던 십자군 원정은 아랍의 문물을 더 폭넓게 유입하도록 만드는 촉진제 역할을 하였는데, 그만큼 당시의 아랍 문명은 유럽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아니 유럽뿐만 아니라, 이슬람 영향권에 들었던 인도와 동남아시아까지 이슬람의 문명에 넋을 빼앗겼다. 

아랍인들은 고대사회의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프톨레마이오스, 아르키메데스, 히포크라테스 등 유명한 그리스 학자들의 저작을 비롯한 수많은 고대 문헌들이 아랍어로 번역되었다. 근현대 서양문명이 아랍문화에 얼마나 크게 영향받았는지는 오늘날까지 널리 쓰이는 과학 용어들 상당수가 아랍어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알코올, 대수학(Algebra), 알칼리, 아말감, 위도(Azimuth) 같은 영어권 용어들이 아랍어에서 왔고, 연금술을 뜻하는 알키미(Alchemy)나 연금술의 영약을 일컫는 엘릭시르(Elixir) 역시 아랍어에서 온 것이다. 

신비학자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을 비롯한 많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이 이집트에서 학문하였으며, 이들은 비전(秘傳)을 전수받은 비전 전수가들이었다고 한다. 결국 이집트의 지혜가 그리스와 아랍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것이며, 현 인류에게 문명을 열어준 자는 토트-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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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 ([모든 세기의 신비] p.37)



헤르메스의 에메랄드 타블렛이 처음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빌헬름 크릭스만이 언급하기로는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가 헤브론 인근의 한 동굴에서 우연히 서판을 발견하였는데, 바짝 마른 송장의 뻣뻣해진 손가락을 풀고서 그 서판을 들어올렸다 한다. 반면에 독일 신비주의의 선구자이자 대철학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1193~1280)는 알렉산더 대왕이 페니키아에 있는 헤르메스의 무덤에서 발견하였다고 기록하였으며, 아랍인 이븐 아르파 라스(?~1197)는 헤르메스가 아담의 아들이었는데, 실론을 여행하는 중에 한 동굴에서 이 서판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또 에메랄드 타블렛이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 지하에 있는 방에서 발견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발견 경위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양하지만, 이 서판을 페니키아 문자가 양각으로 돋을새김된 녹색의 돌로 묘사된다는 점에서는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에메랄드 타블렛은 후세의 연금술사들에게 있어 바이블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에메랄드 타블렛의 원판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는데, 서구 세계에 전해진 에메랄드 타블렛은 원래의 페니키아 문자가 그리스어로, 이것이 다시 아랍어로 번역된 것을 또 라틴어로 옮긴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영어와 한글을 통해서 그 문서를 보고 있으니 무려 다섯 단계를 거치는 셈이다. 

이렇게 여러 단계의 번역과정을 거치다 보니, 우리가 접하게 되는 에메랄드 타블렛은 여러 가지 번역판, 또는 개정판이 있게 되었다. 에메랄드 타블렛을 연구하는 데 생의 많은 시간을 바친 독일의 물리학자 고트리브 라츠는 1869년에 쓴 <에메랄드 타블렛의 비밀>에서 세 종류의 초기 그리스 개정판을 언급하였는데, 모두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전 1세기 사이에 알렉산드리아에서 쓰여진 것들이다. 첫 번째 개정판은 라틴어로 ‘타불라 스마라그디나’라고 불렸는데 ‘녹색의 판’이란 뜻이며, 두 번째 개정판은 ‘타블라 헤르메티카’(헤르메스의 판이라는 뜻), 세 번째 개정판은 ‘타블라 드 오페라티오네 솔리스’(태양의 작업에 관한 판이라는 뜻)라 불렸다. 

다음은 이 중 유럽 중․근세 연금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는 ‘타블라 드 오페라티오네 솔리스’와 그 밖의 다른 여러 번역판들을 참고하여 우리말로 옮겨본 것이다. 

1. 이것은 추호도 거짓 없는 확실하고 가장 진실한 이야기다. 

2. 아래에 있는 것은 위에 있는 것과 같고, 위에 있는 것은 아래에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하나인 것’의 기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모든 것은 이 ‘하나인 것’의 반영이며, 또한 모든 것은 이 ‘하나인 것’의 변화와 적용으로써 만들어진다. 

3. 그의 아버지는 태양이며, 어머니는 달이다. 바람이 그를 자신의 자궁에 옮겨다 놓았고, 흙은 그에게 양분을 주었다. 

4. 그것은 우주의 모든 성취를 위한 어버이다. 만일 그것이 흙으로 내려가면 그 힘은 완벽해질 것이다. 고도의 숙련된 솜씨로 불에서 흙을, 조잡한 것에서 정묘한 것을 반복해서 분리시켜라. 그것은 흙에서 하늘로 올라가며, 다시 흙으로 떨어진다. 그리하여 그 자신의 내부에 위와 아래의 힘을 동시에 품게 되는 것이다. 

5. 이렇게 해서 당신은 온 세계의 영광을 얻게 될 것이며, 모든 어둠은 멀리 떠나갈 것이다. 이것은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힘이니, 모든 정묘한 것들을 정복하며, 모든 단단한 것들을 꿰뚫기 때문이다. 

6. 세상은 이렇게 창조되었다. 이로부터 놀라운 적용(adaptations)이 얻어질 것이며, 그 방법은 이와 같다. 

7. 그러므로 나는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라 불린다. 그것은 바로 내가 세계의 지혜의 세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8. 이제 태양의 작업에 관해 할 말은 다하였다. 

에메랄드 타블렛이 다중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어서 해석하기는 쉽지 않지만, 위의 글이 연금술의 화학적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마지막 절에서 이야기하는 ‘태양의 작업’이나 ‘타블라 드 오페라티오네 솔리스’라는 제목에 나타나는 ‘태양의 작업’이란 금을 만드는 작업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연금술의 비밀언어에서 금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태양이다. 아래 그림은 연금술에서 자주 사용되는 상징인데, 초록 사자는 수은을 나타내고 태양은 금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연금술은 수은과 같은 기저금속(基底金屬)을 금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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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4> 태양을 삼키는 초록사자



에메랄드 타블렛이 혹 연금술의 비법으로 제조되어 그 자신의 몸에 제조과정을 기록해놓은 연금술의 살아 있는 증거는 아닐까? 페니키아 원문의 제목이 ‘키람의 비밀작업(The Secret Works of CHIRAM)’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한편 에메랄드 타블렛에는 그 기원이 무려 기원전 3만6천년까지 올라가는 또 하나의 변종이 있는데, 이것 역시 연금술적 변성으로 제작된 것이라는 증언이 있다. 그렇지만 에메랄드 타블렛 자체가 연금술과 같은 놀라운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이야기일 수 있을까? 아니면, 그 허다한 구전과 기록들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인류의 이룰 수 없는 욕망이 인간의 상상력과 결합하여 빚어낸 근거 없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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