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 프롤로그 1 (아니마) > 오컬트화학

프롤로그 1 


아니마 


눈앞에 떠오르는 장면을 더 잘 보기 위해 리드비터는 두 눈을 감았다. 

희뿌연 안개가 이번에는 선명한 빛의 점들로 바뀌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번쩍이는 점들로 이루어진 구체가 공중을 떠다녔다. 

더 가까이 접근하자, 구체들은 몇 가지 기하학 형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리를 이룬 빛의 점들이 이 기하학 형태들을 구성하는 요소였다. 

자그마한 무리를 이룬 이 빛의 점들은 빛을 내는 매우 가느다란 에너지의 선들로 연결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점들을 확대하자, 그 작은 빛의 점 역시 아주 놀라운 내부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895년 8월, 그날 이후 리드비터는 또 한 사람의 동료와 함께 이 신비스러운 탐사작업을 무려 38년 동안이나 계속했다. 그리고 그들의 탐사기록은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특이한 책은 세상의 주목을 끌지 못한 채, 이제는 그 원본조차 구하기 힘들게 되었으며, 이 고서는 먼지를 수북히 뒤집어쓴 채 일부 신비학도들의 서가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후 한 세기가 다 가도록 신비학도들을 포함하여 이 신비한 책의 ‘아원자 세계(sub-atomic world)’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심지어 원저자 본인들도 자신들 작업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